진짜 촌스럽다, 하면서 보다가 폭 빠져들었다. 특히 둘 다 진정 혼자가 되는 때부터.
단순히 90년대의 외형이 촌스럽다기보다 캐릭터와 플롯이 구식인 것에 가깝다. 기능적이고 뻔한 대사들, 통속적인 스토리라인.
그중에서도 단연 낡은 건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뤄지는 만남. 아무리 엇갈림의 안타까움으로 관계의 당위를 설득하는 장르가 로코라지만 이 영화의 장치들은 너무 노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 가는 이유는?
이 영화는 공들여 찍었다는 인상을 준다. 단순히 촬영이 예쁘다는 걸 넘어 가볍지 않다. 보다보면 클리셰로 가득한 진부한 영화보다 클리셰가 왜 클리셰인지를 아는, 진중한 영화가 어울린다. 90년대 한국의 옷을 입은 고전 할리우드 장르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클리셰가 클리셰가 되기 전, 아이러니가 덮치기 전, 패러디가 생겨 눈치 보기 전에만 가능했던 진심으로 열중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남녀의 연결에 관한 것 진심. 이 장르에 중요한 게 연결의 실패, 또 실패, 마침내 성공 외에 뭐가 있겠나.
그들의 대화 아닌 대화의 수많은 변주-pc통신 속 무음의 활자, 서로 듣지 못하는 목소리로 변환된 활자, 전해지지 못한 보이스메일, 등 돌려 듣는 전화 소리까지-들은 언제쯤 대화할까 우리를 안달나게 만든다. 투명한 유리벽을 두고도 눈 마주치지 못하는 그들은 가장 가까이서 등 돌려 대화한다. 그는 그녀를 봤지만 진짜로 보지 않는다. 눈맞춤을 피하고 유리문을 걸쳐 훔쳐본다. 엇갈림의 주체는 상황에서 캐릭터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뛰어가 잡는 그. 우리를 그토록 안달나게 했던 접속이 드디어 완성되는 순간, 영화가 선언한다. 더이상 대화는 필요가 없다. 그토록 목소리를 나누고 싶던 남녀가 만나서 말을 안한다니. 모든 걸 발라내고 남은 건 영화표를 들고 극장 앞에서 만난 남과 여의 그림 뿐. 이보다 낭만적인 그림이 있을까. 적어도 영화가 발명된 이후로는 없을 것 같다. 그 순간 영화를 이루는 노골적인 골격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고전의 것임이 밝혀진다. 대화가 필요 없는 무성영화적 낭만. 대화는 음악에 맡겨둬라. 그게 이 영화가 추구하는 낭만이다.
'로코의 고전'. 장르의 발상지인 미국 영화에만 붙일 수 있는 수식어일까. 수상하게도 고전과 현대의 틈을 비집고 나와 그자리를 차지한 특이한 사례가 한국영화에 있다.
진짜 촌스럽다, 하면서 보다가 폭 빠져들었다. 특히 둘 다 진정 혼자가 되는 때부터.
단순히 90년대의 외형이 촌스럽다기보다 캐릭터와 플롯이 구식인 것에 가깝다. 기능적이고 뻔한 대사들, 통속적인 스토리라인.
그중에서도 단연 낡은 건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뤄지는 만남. 아무리 엇갈림의 안타까움으로 관계의 당위를 설득하는 장르가 로코라지만 이 영화의 장치들은 너무 노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 가는 이유는?
이 영화는 공들여 찍었다는 인상을 준다. 단순히 촬영이 예쁘다는 걸 넘어 가볍지 않다. 보다보면 클리셰로 가득한 진부한 영화보다 클리셰가 왜 클리셰인지를 아는, 진중한 영화가 어울린다. 90년대 한국의 옷을 입은 고전 할리우드 장르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클리셰가 클리셰가 되기 전, 아이러니가 덮치기 전, 패러디가 생겨 눈치 보기 전에만 가능했던 진심으로 열중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남녀의 연결에 관한 것 진심. 이 장르에 중요한 게 연결의 실패, 또 실패, 마침내 성공 외에 뭐가 있겠나.
그들의 대화 아닌 대화의 수많은 변주-pc통신 속 무음의 활자, 서로 듣지 못하는 목소리로 변환된 활자, 전해지지 못한 보이스메일, 등 돌려 듣는 전화 소리까지-들은 언제쯤 대화할까 우리를 안달나게 만든다. 투명한 유리벽을 두고도 눈 마주치지 못하는 그들은 가장 가까이서 등 돌려 대화한다. 그는 그녀를 봤지만 진짜로 보지 않는다. 눈맞춤을 피하고 유리문을 걸쳐 훔쳐본다. 엇갈림의 주체는 상황에서 캐릭터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뛰어가 잡는 그. 우리를 그토록 안달나게 했던 접속이 드디어 완성되는 순간, 영화가 선언한다. 더이상 대화는 필요가 없다. 그토록 목소리를 나누고 싶던 남녀가 만나서 말을 안한다니. 모든 걸 발라내고 남은 건 영화표를 들고 극장 앞에서 만난 남과 여의 그림 뿐. 이보다 낭만적인 그림이 있을까. 적어도 영화가 발명된 이후로는 없을 것 같다. 그 순간 영화를 이루는 노골적인 골격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고전의 것임이 밝혀진다. 대화가 필요 없는 무성영화적 낭만. 대화는 음악에 맡겨둬라. 그게 이 영화가 추구하는 낭만이다.
'로코의 고전'. 장르의 발상지인 미국 영화에만 붙일 수 있는 수식어일까. 수상하게도 고전과 현대의 틈을 비집고 나와 그자리를 차지한 특이한 사례가 한국영화에 있다.